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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에 관한 국내 현실과 제안
2019/05/12
동물실험에 관한 국내 현실과 제안 

근래에 일부 연구자들에 의한 동물실험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항의나 윤리적 관점에서의 심의적정성에 대한 의혹 제기가 연이어 일어나는 상황에서 우리 「한국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협동조합」에서는 근본적인 접근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코자 합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이하 ’윤리위원회’)’는 지난 2007년 1월 27일부로 ‘동물보호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2008년 1월부터 동물실험 시행기관에서는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운영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춘 것임에도 불구하고 비교대상인 국가들에 비해 너무 늦게 법제화된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도에는 384개 기관이 등록하였고, 생명과학 연구의 발전으로 인해 매년 실험동물 사용수가 증가일로에 있습니다(308만 마리).

동물실험은 실험동물에 고통이 따르는 절차입니다. 이미 1959년에 영국의 철학자 Russell과 Burch는 그의 저서, ‘인도적 실험기술의 원칙(The Principles of humane experimental techniques)’에서 동물실험 자체를 이렇게 규정하고,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 필수불가결함을 인정하면서 그 대신 「3가지 원칙(the 3Rs)」을 제시하였습니다. 그것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Replacement), 그래도 안 되면 사용수를 줄이고(Reduction), 불가피한 실험에는 동물에게 최대한 고통을 주지 않도록 개선의 노력(Refinement)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 주장은 거의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동물실험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 2007년 개정에 따라 ‘동물보호법’에 반영되었습니다(현 법 제23조). 동물실험은 실험동물에게 고통이 따르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기관별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여 실험계획서의 과학적, 윤리적 평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수의사를 비롯한 상근 전문인력은 실험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없는 분야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고, 과학자들은 계속 다양한 동물실험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복용하는 의약품과 의료용 기기뿐 만 아니라 산업 및 반려동물에 필요한 약과 의료용 기기도 그 결과물에 포함됩니다. 그래서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서는 동물실험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물실험의 윤리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위원은 수의사, 민간단체가 추천하는 동물보호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윤리학자, 법률가,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고 위원의 3분의 1 이상은 해당 동물실험시행기관과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입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아래 사항을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1. 동물실험의 윤리적ㆍ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심의
2. 동물실험에 사용하는 동물(이하 "실험동물"이라 한다)의 생산ㆍ도입ㆍ관리ㆍ실험 및 이용과 실험이 끝난 뒤 해당 동물의 처리에 관한 확인 및 평가
3. 동물실험시행기관의 운영자 또는 종사자에 대한 교육ㆍ훈련 등에 대한 확인 및 평가
4. 동물실험 및 동물실험시행기관의 동물복지 수준 및 관리실태에 대한 확인 및 평가

또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기관장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협조해야 합니다.
1. 윤리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2. 윤리위원회의 결정 및 권고사항에 대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조치 및 시행
3. 윤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인력, 장비, 장소, 비용 등에 관한 적절한 지원

이상과 같은 일을 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운용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실제 내부위원의 경우 각 기관에 소속되어 그 기관을 위해 봉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료 연구자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윤리적 연구를 위하여 조언하고 도움을 주려는 의도가 오히려 반감과 반발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별도의 수당도 없이 봉사하면서도 큰 권한을 부리는 양 비치기도 하여 기관에서는 위원을 임명하기가 힘들 때도 있고, 반대로 열심히 봉사하시는 위원이 기관 상부의 지시로 갑자기 교체되기도 합니다. 이를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도 국내 모든 기관을 관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무엇보다도 동물실험계획서가 승인된 이후에 동물실험이 적정하게 진행되는지도 점검해야 하지만, 시설내에 전임수의사가 없는 곳에서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들은 모두 봉사활동을 하므로 시설을 직접 돌아다니며 동물의 건강상태를 점검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위원회 행정지원인력이 이를 대신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선진 외국에서는 모두 실험동물시설에 상시 고용된 실험동물의학 전문교육을 받은 전임수의사(Attending Veterinarian)가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실험이 계획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고통이 심한 동물이 적발되면 수의사는 연구자에게 연락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적절한 조치가 안 되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통보하여 수의사가 즉각 고통을 구제해 주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인삼각 체제를 통하여 동물실험의 윤리성과 과학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실험동물 시설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처방하기 위해서는 상시고용 수의사를 채용해야 합니다(수의사법 제12조, 농림축산식품부령 제12조). 그러나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채용되었더라도 수의사의 역할이 행정지원업무로 한정되거나 또는 혼자서 수십만 마리의 동물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이 제도가 제대로 동물실험 기관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동물실험기관에서는 전임수의사의 역할과 활동의 보장이 필수적입니다. 전 세계 동물실험의 교본이 되는 미국 ‘실험동물의 관리와 사용에 관한 지침(Guide for the care and use of laboratory animals, 제8판, 13-14쪽)’에서는 기관장(IO), 전임수의사(AV), 및 윤리위원회(IACUC)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그림 1).

<그림 1> 동물실험 관련 조직별 역할 모식도

따라서 「한국 동물실험윤리위원 협동조합」에서는 현 국내 현실에서 과학적이면서도 보다 윤리적인 동물실험을 보장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대안을 제시코자 합니다.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동물실험을 위한 새로운 제안>
1. 동물실험 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기관에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복수로 설치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의 규정을 개정해야 합니다. 참고로 서울대학교는 동물실험 시설이 30여개를 상회하며 한 개 위원회가 연 1400건의 계획서를 심의하는데도 위원회는 하나이며, 한 명의 행정지원인력이 상근하며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기관 내에서도, 외부로부터도 독립성을 침해받으면 안 됩니다. 이를 위한 법적 보장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3. 최근에 다양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봉사활동으로 충원되고 있는 그 역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선진국과 같이 실험동물의학에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겸비한 수의사 또는 이에 상응하는 전문인력이 절대 필요하며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해야 합니다.

4. 실험동물시설에 상시 고용된 실험동물의학 전문교육을 받은 전임수의사(Attending Veterinarian) 가 배치되어 동물용 의약품의처방과 함께 동물의 고통에 대한 관리를 하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실험이 계획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고통이 심한 동물이 적발되면 수의사는 연구자에게 연락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적절한 조치가 안 되면 ‘윤리위원회’에 통보하여 수의사가 즉각 고통을 구제해 주는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인삼각 체제를 통하여 동물실험의 윤리성과 과학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입니다.

5. 국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국책과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동료연구자를 포함한 복잡한 심의과정을 거쳐 결정된 과제에 대하여 각 기관에서 다시 윤리성과 과학성을 따지고 있기 때문에 계획서 자체를 거부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따라서 동물실험이 포함된 모든 정부과제는 사전에 가칭 「국가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심의를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윤리적 동물실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